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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farms - Almond dessert (홀리팜 - 아몬드 디저트, 아몬드 젤리, 안닌도후, 행인두부)

조이드 2025. 2. 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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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24년

Hollyfarms

Almond dessert

 

싱가포르에서 사 온 행인두부(아몬드 젤리, 안닌도후) 믹스입니다. 중국 원조 디저트이긴 하지만 한국에선 일본이나 대만, 홍콩 디저트로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행인향을 무척 좋아해서 일본이나 중화권 나라에 가면 꼭 찾아먹습니다. 싱가포르 공용어가 영어다 보니 아몬드 젤리란 영문명을 써서 고소한 견과류 향과 맛이 나는(호두마루 혹은 아몬드 브리즈 같은) 것으로 착각하실 수도 있지만 행인향은 상당히 플라워리한 편입니다. 아몬드 푸딩에 계화당을 올린 제품 박스 사진만 봐도 꽃밭 느낌 뿜뿜이지만 모르시는 분이 보면 고소한 아몬드 밀크 푸딩에 오렌지 펄프과육을 올린 것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제품을 개봉하면 아몬드 가루 + 굵은 설탕(가정용 백설탕 정도의 입자) + 탈지분유 + 응고제가 한데 뭉쳐진 엄청 떡져 있는 덩어리가 나옵니다. 사르르 녹는 한국이나 일본의 파우더 믹스와는 다릅니다. 원재료엔 향료가 빠져 있지만 향료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행인 향기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강렬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았지만 다소 향수 같은 냄새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아몬드 젤리라는 문구에 속지 마세요. 절대로 고소한 넛츠 향이 아닙니다. 도화차에서 나는 향기 중 꽃향만 뽑아다 농축한듯한 냄새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조법은 간단합니다. 끓는 물 500ml에 믹스를 넣고 잘 녹인 뒤, 그릇에 붓고 냉장고에 넣어서 굳히면 끝입니다. 전체적으로 굵은 입자의 덩어리들이라 엄청 열심히 저어줘야 합니다. 일본제 안닌도후 믹스처럼 사르르 녹지 않습니다. 열심히 저어줘도 좀 덜 섞이는 느낌인데 기술력 부족 + 유화제 같은 첨가물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의심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물양이 많았나? 믹싱이 덜 되었나? 권장법 대로 만들었지만 뭔가 망했습니다. 일단 굳기가 이상합니다. 보통의 안닌도후 믹스들은 깍둑썰기 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칼각이 나오는데 얘는 그냥 흐물흐물합니다. 근데 이건 뭐... 저도 가끔 크림 같은 걸 추가해서 아주 부드러운 푸딩 스타일로 만들기도 하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향기는 여전히 괜찮습니다. 완성한 후엔 행인향이 적당히 줄어서 딱 먹기 좋은 정도가 됩니다.

 

맛을 보니 음.... 설탕맛입니다. 확실히 덜 섞였어요. 층이 져서 윗부분은 하얗고 아랫부분은 누리끼리한데 하얀 부분에 탈지분유가 몰린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하얀 부분은 안닌도후 같은 맛이 나지만 누런 부분은 행인향이 없었다면 그냥 설탕물을 굳힌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키함+고소한 맛이 거의 없습니다. 안닌도후에서 풍부한 유제품 맛(지방맛+고소한 맛)이 나길 원한 건 아니지만 얘는 향기 빼면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다른 포인트들이 전부 밍밍합니다. 더욱더 슬픈 사실은 새하얀 부분보다 맛없는 누런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점입니다. (하얀 부분 10%, 누런 부분 90%) 

 

식감이나 맛이 행인향 설탕시럽에 절인 다소 단단한 아이유 젤리(爱玉, Aiyu jelly) 같은 느낌입니다. 한천 계열 젤리가 아닌 펙틴계 젤리 + 젤라틴계 젤리를 섞은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펙틴 계열 젤리 식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질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맛이 나쁩니다. 맛있게 먹으려면 물보단 우유+크림에 녹이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행인두부의 식감을 원한다면 액체양을 조절해야 할 것 같고요. 

 

싱가포르에서 마신 행인 음료가 너무 맛있어서(역시 중국계 원조의 맛이로군 하고 감탄하면서 마셨음) 이 제품도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무척 실망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론 헤이친로우의 안닌도후 믹스가 편의성과 완성도에서 훨씬 더 앞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