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가향

Lupicia - Himuro biraki (루피시아 - 히무로 비라키)

조이드 2023. 2. 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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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22년

Lupicia

Himuro biraki

 

가나자와 지역 여름 한정입니다. 특정 지역, 특정 매장, 특정 시즌에만 판매하는지라 입수 난이도가 상당한 편입니다. 녹차(釜炒り茶, 덖음차) + 포도향 블렌딩이라고 합니다. 달달한 포도향 뒤로 퍼지는 고소하고 밀키한 냄새 덕분에 탄산을 빵빵하게 넣은 포도향 밀키스 같은 느낌이 좀 납니다. 5g, 300ml, 한 김 식힌 물, 2분 15초, 달콤향긋한 포도향 뒤로 퍼지는 연유+누룽지 사탕 같은 향기가 살짝 흐릅니다. 한 모금 마셔보면 입안에서 밍밍한 2022년판 샤인머스캣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베이스는 가볍지만 설탕이 블렌딩 되어서 그런지 싱겁지는 않더라고요.

 

덖음차 베이스라 그런지 루피시아 가향 녹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제차 베이스들과는 완전 딴판입니다. 청량+플로랄+감칠맛을 두루두루 갖춘 베이스가 돋보이던 증제차 기반의 솔레이유 르방 하고도 다르고, 편하게 막 우려 마실 수 있는 반차 베이스 그레이프 후르츠 그린이나 츠가루 그린이랑도 확연히 다릅니다. 고소하고 밀키한 맛 위주로 감칠맛은 있는둥 없는둥 합니다. 일본산 덖음차인 고카세 가마이리는 감칠맛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었지만 얘는 감칠맛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좋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밀키함과 약간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건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맛이 너무 약하고, 약한 맛에 비해 매우 텁텁합니다. 온도와 시간에 민감해서 조금만 잘못 우리면 수렴성 때문에 떫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규슈지역 한정도 아닌데(* 일본 녹차는 대부분 증제차, 규슈 일부 지역에선 덖음차를 생산) 굳이 왜 덖음차를 쓴 걸까요? 그냥 무난하게 반차 베이스를 쓰거나 아니면 아예 백도 센차솔레이류 르방처럼 좀 괜찮은 센차를 쓰지.... 입수 난이도에 비해 만족도가 참 별로입니다.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맛이 아주 없는 아이는 아니라 냉침으로 소비 중입니다. 덖음차 기반 + 냉침이라고 그런지 한 모금 마셨을 땐 오설록의 산호섬이 생각났지만 자세히 파보면 완전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산호섬은 청포도 사탕 냄새였지만 히무로 비라키는 봉 마르셰 한정 에뚜왈 로제에서 포도향만 건져온 듯한 살짝 톡 쏘면서 향긋달달한 향이 납니다. 녹차맛도 좀 더 진하고요. (* 오설록 산호섬은 홍녹 베이스) 포도향과 녹차의 고소한 향과 맛 + 녹차에서 나오는 약간의 단맛과 블렌딩 된 설탕 조각에서 나오는 단맛이 매우 잘 어우러져서 맛있습니다. 여전히 살짝 텁텁한 편이긴 하지만 냉침으로 마시는 게 핫티나 급랭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냉침하면 감칠맛이 더 있긴 하지만 냉침 국산 녹차와 꽤 비슷한 맛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