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 2016년
Lupicia
Grapefruit green, TB
마른 티백에서는 새콤 상쾌한 자몽향이 풀풀 올라왔습니다. 잘 익은 자몽을 반으로 잘랐을 때 나는 새콤하고 달콤한 냄새와 함께 자몽 특유의 씁쓸한 향이 살짝 나서 상쾌함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100도, 150ml, 1분 40초 루피시아의 권장법대로 준비했습니다. 가향이 무척 진한 편이었지만 찻물에서는 향이 살짝 줄면서 자연스럽고 은은한 자몽향이 납니다. 마른 티백이 반으로 자른 자몽을 스퀴저로 짜낼때 느낄 수 있는 향이었다면, 찻물은 갓 따낸 잘 익은 자몽을 손으로 쥐고 향을 맡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한모금 마시니 자몽을 한입 베어 문 듯한 상큼달콤함과 보들보들하고 달콤한 녹차의 맛이 느껴집니다. 자몽 껍질 향을 실컷 맡은 뒤 한 조각 잘라내서 입에 넣은 듯한 느낌입니다. 시거나 씁쓸한 맛없이 상큼한 자몽향에 차의 단맛이 더해지니 마른 티백에서는 일반 자몽이나 루비 레드로 느껴지던 자몽의 이미지가 찻물에서는 메로 골드 자몽으로 바뀌었습니다.
쓰가루 그린도 정말 굉장한 향과 맛으로 사과맛을 대리 체험하는 차였는데 이 차도 만만치 않습니다. 두 차 모두 베이스로 쓰인 녹차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비슷한 맛이 나긴 하지만 향 덕분인지 이 쪽이 좀 더 맑고 가벼운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덜 달기 때문에 식었을때의 수렴성도 쓰가루 그린에 비해서 덜 한 편이었습니다.
Les Thés Bourgeon의 Paris New York가 꿀에 절인 달콤한 자몽 과육을 프랑스 회사 특유의 향수스러운 느낌으로 화려하게 표현했다면 루피시아 쪽은 좀 더 생과일에 가까운 자몽입니다. 가향 녹차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지만 루피시아의 가향 녹차들은 정말 맛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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