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 2023년
Duncan's of deeside
Orange shortbread
쇼트브레드는 팽창제(베이킹소다, 베이킹파우더 효모 등등) 없이 오직 버터만으로 바삭바삭한 맛을 내는 비스킷입니다. 때문에 버터맛이 매우 진하고 기름지며, 묵직한 느낌의 쿠키입니다. 프랑스의 팔렛쿠키(Palets Breton)도 버터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쇼트브레드가 팔렛보다 훨~씬 더 무겁습니다. 아무래도 스코틀랜드가 좀 더 추우니까 좀 더 무겁고 포만감 넘치는 형태의 비스킷이 발달한 게 아닌가 싶지만 디저트 알못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음식역사학자들의 의견 찾아보긴 너무 귀찮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종류의 과자입니다.
한 상자엔 남다른 중량을 자랑하는 큼직한 쿠키 여덟개가 들어 있습니다. 매우 무거운 쿠키라 한 번에 다 먹는 건 절대 무리이니, 덜어놓을 통을 준비한 뒤 개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버터가 31%나 들어 있는 만큼 달콤하고 고소한 버터향이 많이 납니다. 이번엔 오렌지 맛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가볍고 산뜻한 오렌지 향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먹어보면 기름지고 바삭바삭 고소한 쿠키맛이 온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가끔씩 씹히는 당절임 오렌지 필이 상큼하고 쫀득한 향과 식감을 더해줍니다. 무지무지 맛있어요ㅋㅋㅋㅋㅋ 무거운 녀석이라 쿠키 한두 개랑 차 한잔이랑 마시면 배부를 정도입니다.
국내에 유통중인 또 다른 스코티쉬 쇼트브레드인 워커스(빨간색 체크무늬 포장지로 유명하죠.)와 비교하면 던칸이 좀 더 달고 촉촉하며 바삭거립니다. 워커스가 좀 더 건조하고 뻑뻑한 느낌이고요. 버터함량은 던칸이나 워커스나 비슷비슷한데 둘이 맛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워커스는 무조건 기본제품으로, 던칸은 오렌지나 레몬맛을 선호합니다. 브랜드를 떠나서 초콜릿 같은 부재료가 든 제품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지는 데다 쇼트브레드만의 고소한 버터맛 쿠키 느낌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헤비한 쿠키인지라 손으로 집어 먹으면 기름기가 좀 묻습니다. 덜어먹은 접시에도 기름기가 남는 편입니다. 세제까지 쓸 필요는 없지만 따뜻한 물로 씻어내야 합니다. 버터함량이 높기 때문에 밀가루+소금+효모 정도로만 만든 담백한 비스킷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겐 맛부터 시작해서 뒤처리까지 최악인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차와 함게 할 때는 밀크티와 어울리는 홍차가 좋지만 무조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쿠키 한 입 먹고 차 한 모금 마시면 우유맛 + 버터맛이 입안에 쫙 퍼지면서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입속 셀프밀크티. 홍차가 입안을 정리해주기도 하고요. 다만 밀크티 용이라도 좀 강한 애로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닐기리 같은 거 말고, 아쌈이나 저지대 실론을 추천합니다. 오늘은 동방미인 마시다 배고파서 꺼내 먹었는 동방미인이랑은 무지 안 어울리더라고요. (동방미인 자체가 밀크티랑 안 어울리기도 하고 오늘 마신 게 매우 온순한 녀석이었던지라 완전 미스매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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