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 2022년
Amul
Rosogolla
인도 디저트 라스굴라입니다. 라스굴라는 물기를 제거한 코티지치즈를 체에 내려서 커드 입자를 매우 곱게 만든 뒤, 커드 입자들을 동그랗게 공 모양으로 뭉쳐서 설탕시럽에 넣고 끓인 디저트입니다. 자매품으로 굴랍자문이라는 녀석도 있는데 이 놈은 치즈볼을 한번 튀기는 과정이 들어갑니다.
제품을 개봉하면 이렇게 생긴 녀석이 나옵니다. 시럽의 당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치즈볼이 다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캔에서 갓 꺼낸 당절임(...) 라스굴라는 특유의 스펀지 같은 식감이 전혀 없습니다. 이대로 먹으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고 식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맛이 없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질깃거리고 푸석한 건조한 코티지 볼 사이사이 속이 쓰릴 정도로 단 설탕시럽이 스민 맛입니다. 유청을 극한으로 짜내서 푸석푸석해 치즈맛 + 극한의 단맛 + 우유 냄새가 짙은 치즈향이 납니다. 다만 양유나 염소유 계열의 냄새는 아니라 향에서 오는 거부감은 크게 없습니다. 소젖으로 만든 코티지 치즈 느낌으로, 풀 먹인 소에서 짠 우유 같은 느낌입니다.
라스굴라의 원래 식감을 살리려면 치즈볼만 건져서 물에 넣은뒤 냉장고에서 반나절~ 정도 불려주면 됩니다. 맹물을 써도 되지만 취향에 따라서 향신료나 향료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장미, 카다멈 등등) 한국 유튜버들은 우유에 넣고 끓이는 방법을 많이 쓰던데 개인적으론 장미나 엘더플라워 등의 향을 첨가한 물에 담가서 불리는 게 더 입에 맞았습니다. 포인트는 캔에서 꺼낸 라스굴라를 절대로 그대로 먹지 않고 단맛이 없는 액체에 넣은 뒤 불려 먹는 것입니다.
하룻밤 정도면 라스굴라가 물을 흡수해서 오동통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이렇게 물을 흡수한 라스굴라는 스펀지 같은 특유의 식감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스펀지 같이 말랑말랑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 + 작은 커드 알갱이 사이사이에 스며있던 달콤한 시럽이 흘러나오면서 달콤한 맛과 은근한 우유맛(커드, 코티지치즈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바스러지는 치즈 입자들 덕분에 입안 가득 고소한 우유맛이 퍼집니다. 스펀지 같은 식감과 작은 코티지치즈 알갱이가 입안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부드러운 모래 알갱이?) 한국 음식이나 디저트에선 찾기 힘든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라 호불호를 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당도 조절은 물양으로 하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매우 달콤한 디저트이기 때문에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물을 왕창 넣고 불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밀키한 녹차 혹은 몰티한 아쌈과 함께 먹었고 불리고 남은 국물(...)은 그냥 버렸지만, 맹물이 아닌 얼그레이 홍차에 담가서 불린 뒤 남은 국물을 졸여서 홍차 시럽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