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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 - 시그니처 얼그레이 (Osulloc - Signature earl grey)

조이드 2026. 1. 2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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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25년

오설록
시그니처 얼그레이, TB

 

산뜻하고 상쾌한 시트러스 향이 납니다. 화한 베르가뭇 향기와 (설탕이 1도 안 들어간) 새콤한 유자즙 향기가 섞여서 올라옵니다. 시트러스 향기가 워낙 강해서 베이스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2TB, 300ml, 3분, 달콤함이라곤 1도 없던 마른 티백과는 달리 찻물에선 달콤한 향이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자껍질과 조청을 섞어 푹푹 끓인듯한 뭉근한 달콤함에 맵싸한 플라워리함이 걸쳐 있습니다. 유자와 베르가뭇이 만나면서 매큼한 꽃향기가 나는 적후추 혹은 매콤향기로운 유자시치미처럼 느껴집니다. 바닐라가 살짝 묻은 얼그레이 향수 같은 느낌도 있고 유자껍질의 향기롭고 맛난 냄새도 있는 독특하고 화려한 향기를 가진 녀석입니다.

 

베이스는 홍차+후발효차 블렌딩으로 뭉근한 달콤함과 약간의 구수함을 품은 순한 맛이 납니다. 홍차도 아니고 후발효차도 아닌 맛이지만 맛은 꽤 좋습니다. 베이스만 놓고 보면 상당히 토속적인 녀석이지만 입고 있는 옷이 아주 화려합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은데 이 드레스가 뒤로 갈수록 더 강해진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베이스에 비해 가향이 살짝 오버스러운 감이 있습니다. 오설록 기준으론 튼실한 베이스지만 가향은 더 튼실하다는게 문제입니다. 결승점을 향해 달려갈수록 지치기는커녕 더 강해지는 가향에 베이스가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입니다. 마지막쯤엔 유자와 베르가뭇은 기본이고 시나몬과 바닐라를 더한듯한 매콤하고 미끄덩한 향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후반 내내 끌려다니던 후발효차가 경기를 5초 남기고 마지막에 한방 빵 터뜨리긴 하는데 향이랑 완전 따로 놉니다. 

 

향수 같은 가향도 좋아하는 제 입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향수 같은 느낌을 싫어하시는 분에게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설록의 나약한 베이스들은 강도가 강한 가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가향 자체는 훌륭한 편이지만 강약조절과 베이스와의 티카티카가 다소 아쉽습니다. 

 

시그니처라는 이름을 달고 나와서 기대했는데 오설록의 오리지널 시그니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삼다연 제주 영귤이나 삼다연 유자에 비해 많이 아쉬운 녀석입니다. 한국적인 토속미에 세련된 이미지를 입히려는 듯한 시도는 좋았는데 너무 오바해서 어색해져 버린 인상입니다.

 

네모티백 제주얼에 비해 고급은 고급입니다. 향도 좀 더 힘을 줘서 레이어링 했고 베이스 퀄도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향과 베이스의 궁합이 네모제주얼에 못 미친달까요. 누가 봐도 잘나 남녀가 결혼했지만 서로를 받아주질 못해서 별거 중인 커플 느낌인 시그니처 얼그레이 보단 차라리 좀 모자란 느낌이 있어도 향과 베이스가 화목한 네모제주얼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