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기타

Lupicia - Fleuri (루피시아 - 플로리, 플루리, 프류리)

조이드 2024. 4. 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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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22년

Lupicia
Fleuri

 

루피시아 그랑마르쉐 한정 플루리입니다. 프랑스어 안 쓰면 죽는 병에 걸린 루피시아 답게 '꽃이 만발한', '꽃이 피어있는'이란 뜻을 가진 Fleuri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건엽에선 너무 달아서 곯아 버린 것 같은 황도복숭아 냄새가 약간 납니다. 그리고 달콤향긋한 복숭아 향기 뒤로 캐모마일 향이 잔잔하게 퍼집니다. 6g, 300ml, 2분 30초, 바닐라로 코팅한듯한 은은한 복숭아향과 살짝 화장품 느낌이 나는 레몬그라스 특유의 미끈한 향이 올라옵니다. 여기에 향기로운 재스민 향과 산뜻향긋한 캐모마일 향이 얹어지면서 플라워리한 향이 매우 풍성하게 올라옵니다. 달콤하고 향긋하고 산뜻합니다. 향이 매우 조화롭고 좋습니다. 플라워리함이 뿜뿜 하지만 의외로 재스민이 엄청 돋보이진 않습니다. 이것저것 복닥복닥하게 섞인 향기라서 재스민보단 꽃다발 느낌이 더 강하게 납니다. 포장지에 복숭아+재스민 향기라고 쓰여있길래 루피시아 특유의 과즙팡팡한 과일향을 기대했는데 예상과 완전히 다릅니다. 레몬그라스와 캐모마일 덕분인지 상당히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분가루 같은 느낌이 납니다. 

입안에 들어가면 과일스러운 느낌이 강해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일이라기엔 뽀송뽀송하고 플라워합니다. 생과일 바구니보단 드라이플라워 꽃다발 같은 느낌입니다. 복숭아향 분가루 + 드라이플라워 같은 이미지예요. 베이스는 매우 무난합니다. 홍녹+허브 블렌드로 자기주장 강한 재료들을 한 곳에 잘 모아놨습니다. 엄청난 케미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불협화음도 아닙니다. 향기가 맛을 멱살 잡고 캐리 해서 끌어올렸지만 이 정도로 올라온 걸 보면 맛도 평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탕은 홍차 맛이 훅 빠져서 짧게 우리면 맛이 매우 밍밍해 집니다. 시간을 길게 잡고 푹 우리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레몬그라스 맛이 매우 도드라지면서 첫 탕에 비해 훨씬 더 싱그러워집니다. 레몬그라스를 좋아해서 그런지 재탕이 아주 맘에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드는 녀석이지만 굳이 단점을 찾아 말해보자면, 다소 밍밍할 수 있는 허브 블렌드에 찻잎을 넣어서 바디감을 올려준건 좋은데 차맛이 다소 날카롭고 씁쓸합니다. 개인적으로 홍차보다 레몬그라스+캐모마일에 강세를 준 허브티 블렌드라고 보는데 쓴맛이 나니 좀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쓴 맛이 거슬린다면 온도와 시간, 물양을 조절해서 다소 연하게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꽃다발이 팡팡하는 향기가 이 차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향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아이스로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냉침해서 아이스티로 마시면 복숭아의 과일스러움이 좀 더 돋보입니다.

 

적당히 바디감 있는 인퓨전 블렌드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카페인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오후 차로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