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가향

오설록 - 달꽃이 바라보는 바당 (Osulloc - Jeju cassia flower blending tea)

조이드 2021. 4. 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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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18년

 

 

 

오설록

달꽃이 바라보는 바당, TB

오설록 차들의 영문 이름이 한글 이름에 비해 구린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 차의 이름은 뜻까지 아리송합니다. 중국이나 대만 쪽 계화차에서 느껴지는 계화향(Osmanthus)이 나는데 카시아 플라워(Cassia flower)라고요? 카시아 플라워는 동남아 가면 엄청 많이 보이는 노란색 작은 꽃이 주렁주렁 늘어지게 달린 꽃나무고 오스만투스는 한국에선 금목서, 중국에선 桂樹(계수)라고 부르는 꽃나무로 둘은 완전히 다른 종의 나무입니다. 뭐 두 꽃의 냄새가 똑같을 수도 있겠지만 오설록이 저 둘을 구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설록 공식 소개를 보면 향에 대한 묘사는 Osmanthus인데 사진은 Cassia을 쓰고 있거든요.....

 

언제나 마음에 안드는 오설록의 영문 이름은 뒤로 미뤄두고 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오설록 치고는 은은한 가향이 돋보이는 차입니다. 계화 향에 풋사과향이 섞여 있는데 계화보단 사과에 더 초점을 맞춘듯한 향입니다. 찻물에선 계화 향이 살짝 올라오다 바로 모습을 감추고 그 뒤로 밀키한 느낌이 나는 고소한 녹차향과 싱그러운 사과향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넘길 때쯤 아주 희미한 계화 향이 입안에서 맴돕니다. 처음과 끝 부분에만 계화 향이 살짝 감도는 정도로 흐리흐리한지라 계화 향에 큰 기대를 걸고 구매했다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희미하고 여린 가향 덕분에 찻잎 자체에서 나는 화향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론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맛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녹차와 반발효차 베이스라지만 반발효차는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편입니다. 1.5g 가지고 녹차와 반발효 블렌딩을 구분할 정도로 섬세한 혓바닥은 가지지 못했거든요. 옅게 우려서 마시면 맛이 얕아서 싱겁고 짙게 우리면 텁텁해지는 평범한 오설록 기본 녹차맛이지만 향이 워낙 괜찮다 보니 맛이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최적의 우림 법을 찾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낮은 온도로 짧고 옅게 우려서 중국차 1포 때를 마시는 기분으로 마시자!'란 것입니다. 향이 좋은 차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향이다 보니 짙게 우릴 경우 너무 과한 데미소다 사과향(...)이 치고 올라와서 별로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