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 2024년
Tavalon
Earl grey reserve, TB
마른 티백에선 날카로운 얼향이 올라옵니다. 남성미 뿜뿜하는 얼향 뒤로 귤피차에서 날법한 매큼향긋한 향이 살짝 올라옵니다. 드센 얼향을 뽐내는 그냥 그런 얼그레이 n번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쯤 올라오는 은근하고 향긋한 향 덕분에 리저브라는 네이밍에 설득력이 생깁니다.
1TB, 300ml, 5분, 찻물에선 꽃향기를 품은 달짝한 향이 납니다. 건엽에서 보이던 스킨향 진한 슈트 착장 아저씨 대신 한복 입은 귀여운 아이가 꽃다발을 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얼그레이 향을 살짝 입힌 곶감과 조청 같은 향으로 시작해서 얼그레이 특유의 플로럴한 노트가 점점 강해집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향이 다소 여리고 차 맛이 맹탕입니다. 타바론의 권장법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맹탕차를 뽑아내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 놈도 그렇습니다. 그나마 초반엔 온순한 맛으로 마실만 하지만 식을수록 좋지 않은 시큼씁쓸한 잡맛이 올라옵니다. 개인적으로 투차량은 늘리고 시간은 줄이는 게 더 좋았습니다. (2TB, 3~4분) 그래도 차를 전부 넘기고 나면 입안과 코 끝에 맺히는 또렷한 얼향이 섭섭한 마음을 달래줍니다. 향은 아주 좋고 베이스도 나쁘지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녀석입니다.
교토셀렉샵의 얼그레이에 비해 돈 값은 징그럽게도 못하지만 타바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얼그레이기 때문에 경험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디 그레이 계열의 감귤류 과일향 얼은 싫다 + 정통파 얼이 좋지만 진한 스킨 냄새 같은 얼그레이는 싫다 = 절충안을 원한다'라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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