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시기 : 2016년
East India company
Royal breakfast
건엽에선 다크초콜릿을 닮은 아쌈향과 상쾌한 실론향이 올라옵니다. 홍차 사전에서 아침차를 찾았을 때 예시로 나올 것 같은 전형적인 아침차 스타일을 한 모범생입니다. 요새 워낙 변종 아침차들을 많이 마셨고 불량학생들의 매력에 푹 빠져있던지라 간만에 만난 모범생에게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3g, 300ml, 3분, 2/3만 따라내고 나머지는 티코지를 씌워 영국식 밀크티용으로 남겨뒀습니다. 스트레이트로 만난 찻물에선 아주 우아한 향기가 올라옵니다. 아쌈의 달큰함과 우바의 성숙한 장미향이 더해진 듯한 향이 납니다. 아쌈이 가진 뭉근한 단내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실론의 꽃내음은 젖은 풀향기처럼 바뀌어 갑니다. 아침차치고 수색이 연한 편인데 맛도 다소 연한 편입니다. 가볍고 상쾌한 맛이라 스트레이트로 쭉쭉 마시기 좋지만 아침을 번쩍하고 깨워주는 힘은 부족합니다. 맛이 없다기 보단 아침차라는 카테고리에 묶어놓기엔 아까운 녀석입니다. 오전이나 오후에도 잘 어울릴 법한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졌거든요. 영국식 밀크티는 의외로 아침맛이 뿜뿜 합니다. 풀향이 좀 많이 나긴 하지만 쌉쌀한 맛과 우유가 만나서 고소한 맛만 남깁니다. 차맛이 우유에 파묻히지 않고 뚜렷하게 자기 맛을 뽐냅니다. 온순하던 스트레이트와는 완전 다른 모습입니다. 스트레이트가 아침 식사 냄새에 이끌려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반쯤 감긴 눈으로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깨는 잠이라면, 밀크티는 엄마가 내리꽂은 초강력 등짝 스매싱 한 방에 깨는 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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