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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stial seasonings - Honey vanilla chamomile (셀레셜 시즈닝스 - 허니 바닐라 캐모마일)

조이드 2021. 2. 2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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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시기 : 2016년

 

 

 

Celestial seasonings

Honey vanilla chamomile, TB

스페인 꿀차를 선물 받았는데 마셔본 캐모마일 꿀차라곤 녹차원에서 나온 제품밖에 없어서 추진력을 얻어보고자 꺼내든 셀레셜의 캐모마일 꿀차......인 줄 알았던 차입니다.

허니 바닐라 캐모마일이라기에 당연히 캐모마일+꿀+바닐라 향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렌지 주스 가루 + 바닐린 파우더(전분가루랑 합성 바닐라 향이랑 섞어 놓은 가루) 같은 향이 퐁퐁 솟아올랐습니다. 셀레셜의 바닐라 가향은 묘하게 쿠키나 빵이 연상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오렌지 파운드케이크 같은 냄새가 나.........긴 개뿔, 문방구 앞에서 파는 오렌지 + 바닐라향 불량 과자나 오렌지향 감기 시럽과 합성 바닐라향이 풀풀 나는 쿠키를 같이 먹는 듯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바닐라향만 똑 떼어놓고 보면 셀레셜 특유의 쿠키, 빵 느낌이 나긴 하는데 저질스러운 오렌지향이 압도적입니다. 기대했던 꿀향은...... 음... 달콤하면서 꼬릿한 꿀향 비스무레한 것이 쬐끔 있긴 한데 이게 꿀향인지 캐모마일 특유의 꾸리한 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찻물에선 오렌지향이 좀 죽고 바닐라 향이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그 모양새가 어린 바닐라왕을 보위에 올리고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오렌지 대왕대비마마님 같은 느낌입니다. 사악한 오렌지 대왕대비마마의 치마폭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뜨신 물에 몸이 풀린 간신 캐모마일 마저 본격적인 꾸린내를 내뿜어 주시니 우와 시발 조선 말기의 암울한 시대상이 눈앞에 펼치지는 기분입니다. 셀레셜의 단독 캐모마일차는 벌크 타입, 개별 티백 타입 둘 다 마셔봤지만 꾸리한 향도 별로 없고 꽤 괜찮게 마셨는데 이건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이걸 꿀향이랍시고 집어넣은 걸까요? 만약 그런 거라면 꿀 말고 꿀을 모으는 벌 발바닥 냄새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맛은 캐모마일 베이스에 뭔가 더 섞인 맛이 납니다. 향만 빼고 본다면 맛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맛도 조금 돌고 마무리가 시원 상큼해서 괜찮습니다. 근데 콧속에 향이 각인된 듯 향과 맛이 분리가 안됩니다. 인간이라면 후각과 미각을 분리해서 느낄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요.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 미묘한 오렌지향과 꾸릿한 냄새는 어느 정도 빠지고 바닐라왕만 남습니다. 하지만 오렌지 대왕대비마마님한테서 물려받은 어린이용 물약 같은 향은 끝까지 못 버리고 있습니다.

주말 내내 약 먹고 자느라 몸속에 약 성분이 잔뜩 남아서 이렇게 느끼는 건지... 꿀이고 뭐고 떠나서 약스러운 기운이 이리 강한 차는 오랜만이라서 간만에 폭풍 디스를 했습니다. 꿀독에 빠져서 꿀에 질식사할 것 같았던 캐모마일 차라고 탐탁지 않아 했던 녹차원이 그리워지는 티타임이었습니다.